전성권 발행인

도장은 새벽 안개가 걷히며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어제, 마루는 ‘검의 중심’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둠과 마주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걸음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오늘, 그 여운은 그의 눈빛에 남아 있었다.
어제보다 단단한,
그리고 어제보다 고요한 눈빛이었다.
용식 사범은 마루의 모습을 오래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루야, 중심을 한번 잡으면
그다음부터는 네 검이 스스로 길을 찾는다.
오늘은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자.”
마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검을 들었다.
손끝의 떨림은 사라지고,
호흡은 한층 더 깊어졌다.
첫 베기.
공기를 가르는 검선은 똑바르고 흔들림이 없었다.
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느껴진다.’
지훈은 그런 마루를 보며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부러움이 아니라 각성.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루가 대신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지훈은 조용히 사범에게 다가갔다.
“사범님…
저도 오늘부터 제 중심을 찾고 싶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결심이 아니었다.
지훈의 목소리엔
요즘 스스로를 괴롭히던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넘어서려는 용기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용식 사범은 그의 의지를 바라보고
무겁지 않은 한 자루의 목검을 건넸다.
“지훈아.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이 너를 중심으로 데려갈 것이다.
두려움은 숨기지 말고…
천천히 마주해라.”
지훈은 검을 들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첫 동작을 펼치는 순간—
검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도망치는 흔들림이 아니라
**‘버텨내는 흔들림’**이었다.
사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흔들려도 괜찮다.
흔들리면서 앞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그 말은 지훈의 심장을 세차게 울렸다.
그때,
도장 문이 조용히 열렸다.
노은이 들어왔다.
단정한 운동복, 묶은 머리, 초롱한 눈빛.
그리고 그 눈빛 속엔 어제보다 더 단단한 결의가 있었다.
“사범님, 저도 어제 말씀하신
‘마음의 중심’ 훈련…
배우고 싶습니다.”
마루와 지훈은 동시에 노은을 바라봤다.
노은의 목소리엔
작은 떨림이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엔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
용식 사범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말없이 작은 천 조각과 가벼운 목봉을 건넸다.
“노은아.
네 중심은 몸의 힘이 아니라
호흡에 있다.
오늘은 호흡을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노은은 천을 잡고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처음엔 불규칙하던 숨결이
조금씩 일정한 리듬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숨이 깊어질 즈음—
노은의 몸에서 묘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마루가 놀라서 말했다.
“노은… 너, 지금—”
노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사범도 마루처럼
그 변화를 느낀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넌 남들보다 ‘빠르게’ 마음이 가라앉는구나.”
노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전… 그냥 숨만 쉬었는데요?”
“그게 재능이다.
마음의 중심을 단시간에 잡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노은은 말없이 천을 내려다보았다.
스스로도 알지 못한 힘이
그녀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지훈은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마음이 뜨거워졌다.
‘우리 모두…
어쩌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있구나.’
마루는 조용히 검을 들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 진짜로… 같이 가는 거야.”
세 사람은 나란히 섰다.
검의 길을 향해,
각자의 마음의 중심을 향해.
도장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세 사람의 미래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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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
📖 제9화. 마음이 검을 이끌 때, 길은 스스로 열린다
마루는 본격적인 첫 기술 수련에 들어가고,
지훈은 흔들림을 인정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노은은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깨닫고
세 사람의 균형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누구나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림이 끝나는 자리엔 언제나 ‘첫 걸음’이 기다리고 있다. 🌄 오늘, 마루는 중심을 세운 후 처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고, 지훈은 마음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노은은 아직 스스로도 알지 못한 재능을 드러내며 세 사람의 운명을 크게 흔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