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발행인

— 첫 베기는 기술이 아니라 ‘결심’이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성주의 저녁 하늘은 붉고 깊었다.
바람은 소년들의 검끝을 만지듯 스쳤다.
오늘은 마루가 처음으로 치르는 시험,
바로 ‘첫 베기(初斫)’ 의 날.
강용식은 도장 앞에 나란히 선 세 소년을 바라보았다.
전마루, 한지훈, 서도현.
어제보다 엄숙했고, 오늘보다 더 단단해질 아이들.
“첫 베기는 기술 시험이 아니다.
네 마음이 얼마나 결심을 품었는지 보는 시험이다.”
용식의 낭랑한 목소리가
저녁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마루는 목검을 두 손에 올렸다.
손바닥엔 물집이 자리 잡았지만
그조차도 수련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검을 든다는 건… 나 자신을 이기는 일.’
바람이 잦아들자
마루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첫 베기.
“하앗!”
공기가 단숨에 갈라졌다.
검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루의 마음이 전진한 것 같았다.
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두 번째, 세 번째 베기를 이어갔다.
동작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와 따뜻함이 있었다.
용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검엔 두려움보다 희망이 더 많다.”
마루의 가슴이 뜨겁게 뛰었다.
다음은 한지훈.
항상 차분하고 침착한 아이였지만
마루를 향한 우정만큼은 누구보다 깊었다.
지훈은 목검을 쥐고
잠시 눈을 감았다.
‘검은 싸우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
그 말을… 이해하고 싶다.’
그는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느리게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고, 고요하고, 올곧았다.
“허리를 낮춰라.”
용식의 한마디.
지훈은 자세를 고치고 다시 베기.
“훨씬 낫다.”
지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었다.
검은 그에게
누군가를 지키는 따뜻한 도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은서의 눈빛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은 서도현.
도현은 검을 들기 전
잠시 손가락으로 검집의 나무결을 쓰다듬었다.
‘기계는 마음이 없지만…
검에는 마음이 담긴다.
그럼 난… 어떤 검을 만들어야 하지?’
그는 목검을 들어
정확한 각도, 바람의 흐름, 균형을 계산하듯 움직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니었다.
생각하는 검,
도현만의 방식이었다.
그가 첫 베기를 끝내자
용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검엔… 이성이 있다.
그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지켜라. 너의 방식으로.”
도현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언젠가… 나만의 검을 만들겠다.’
그렇게 세 소년의
첫 번째 시험은 끝났다.
수련이 끝난 뒤
세 사람은 도장 뒤 작은 개울가에 앉아
식은 물에 손을 담갔다.
물집으로 뒤덮인 손바닥.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마루가 말했다.
“우리… 이 길 끝까지 가자.”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도 작게 웃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저녁놀이 사라지는 하늘 아래
세 소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세 개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다음 화,
강용식 형은 세 소년에게 처음으로 ‘실전 수련’을 허락한다.
마루는 자신의 기운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지훈은 ‘지키는 검’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는다.
그리고 도현은
“내 방식의 검”을 만드는 첫 단서를 얻게 된다.
🗃 ️ 제5화. 검은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
— 흔들림 속에서 진짜 마음이 드러난다.
🥋검은 누구나 들 수 있지만, 마음은 아무나 담을 수 없다. 마루와 두 소년은 오늘 처음으로 ‘검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