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관리자

그 불씨가 꺼지라 예고하진 않는다.”**
경북 성주.
참외 향이 골목을 스쳐 지나가고,
사계절이 또렷하게 흐르는 작은 시골 마을.
누구에게나 평범한 고향이었지만,
한 소년에게는 커다란 운명이 숨어있는 장소였다.
그 소년의 이름은 전마루.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고,
기침은 언제나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다른 아이들이 들판을 헤집으며 뛰던 시간,
마루는 숨을 고르며 한참을 앉아 있어야 했다.
“마루야, 바람이 차다. 오늘은 그만 들어가자.”
어머니의 손길은 언제나 따뜻했다.
하지만 그 손길은 어린 마루에게
세상과 자신을 가르는 ‘울타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마을의 아이들은
마루의 병약함을 장난처럼 놀렸고,
그 말들은 어린 가슴에 조용히 스며든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마루는
점점 사람들 속에서 멀어졌고,
혼자 뒷산에 올라
산등성을 바라보거나,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땅 위에
‘검의 선(線)’을 그었다 지우곤 했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조용한 선 하나하나가
앞으로 자신의 길이 될 것을.
해 질 무렵,
바람이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던 그 날.
‘퍽! 퍽!’
공기를 때리는 묵직한 소리가 언덕 위에서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간 마루는
커다란 소나무 앞에서
한 형이 마대포대를 향해 수련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강용식.
마을에서 소문난 태권도 유단자.
그의 발차기는 거칠었지만
흐름은 부드럽고 절도 있었다.
바람이 형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릴 때,
마루의 가슴도 함께 떨렸다.
그날 이후,
해가 기울면 마루는 뒷산으로 향했다.
언덕 가장자리의 작은 바위가
그의 ‘관람석’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말없이 용식 형의 수련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마루에게만 허락된
작은 의식이자 작은 꿈이었다.
어느 날,
수련을 끝낸 용식 형은
마루의 존재를 알아챘다.
“거기서 뭐하냐?”
갑작스런 목소리에
마루의 심장이 뛰어올랐다.
도망칠까 고민했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용식 형은
땀이 맺힌 수건을 부드럽게 닦으며
마루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까지 왜 있는 거냐?”
잠시의 침묵.
그리고—
마루의 입에서
운명을 바꾸는 말이 흘러나왔다.
“…형… 저도… 검을… 휘둘러 보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가
소년의 삶을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용식 형은 짧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그 말, 쉽게 하는 거 아니다.
하지만… 그 눈빛이면 된다.
따라와라.”
그날,
뒷산 언덕 위에서
소년의 길이 처음으로 열렸다.
바람은 여전히 찼지만
마루의 마음 속 불씨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살아 있었다.
🌟 제2화. 운명의 검, 첫 번째 인연
도장 마당의 적막 속에서
마루는 처음으로 진짜 ‘검’과 마주한다.
그리고 용식 형의 말—
“검은 힘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마음이다.”
소년의 첫 수련이 시작된다.
🪪 편집부 코멘트 이 리메이크판은 태권검도 철학을 중심으로 기존 세계관을 전면 재구성한 공식 확장판입니다. 전마루의 어린 시절부터 국제무도로 이어지는 웅대한 세계가 매 회차마다 새로운 설계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