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발행인

태권검도 교범 편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도장 안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검의 흐름을 글로 남기는 일.
그것은 기술과 철학, 두 가지 기둥을 세우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검은 예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윤서영은 분명했다.
“아이들에게 바른 행동과 마음을 먼저 가르칠 수 있어야 해요.”
반면, 한지훈은
기술적 완성도를 강조했다.
“실전에서 검은 움직임이에요.
예절이 아무리 바르다고 해도
흐름이 무너지면 기술도 무너집니다.”
두 의견은 모두 맞았지만
서로 다른 중심을 가진 채
조금씩 엇갈리고 있었다.
마루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검을 손에 들었다.
“말로 다투지 말고,
검으로 이야기해보자.”
세 사람은 도장 바닥 위에서
빈 손과 검을 오가며 흐름을 이어갔다.
초승달에서 반달,
그리고 보름달에 이르기까지.
말은 멈추고,
숨결만이 계속 이어졌다.
마루가 검을 멈추며 조용히 말했다.
“검으로 서로를 향하지 않았지.
같은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었어.”
지훈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맞아요. 결국 목적지는 같잖아요.”
서영도 미소 지었다.
“검이 말을 대신해주네요.”
마루는 벽에 새겨진 문장을 바라보았다.
벨 수 있는 몸가짐과
베지 않는 마음가짐
“이것이 태권검도의 중심이다.
기술은 마음을 돕는 도구이고,
예절은 마음을 지켜주는 길이다.”
그날 이후,
교범 초안에는 두 개의 축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
기술 체계와
수련 철학.
말보다 먼저 검이
진심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
다음화 예고
제25화. 바람은 국경을 넘는다
— 수련의 마음은 경계가 없고, 검의 흐름은 세계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