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권 발행인

대구 경북체육회관 3층 강당.
전국에서 모인 태권도 지도자 30여 명이 정자세로 서 있었다.
실전 기술, 검의 기본, 수련 노하우…
처음 오는 이들은 막연한 기대를 품었지만
마루의 첫 한 마디에 분위기는 달라졌다.
“검은 손으로 드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먼저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도장 안에 찬 기운이 흐르며 모두의 숨이 고요해졌다.
휘익, 휘익—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날카롭기보다, 유려했다.
그때, 검 하나가 탁-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
서울에서 왔다는 여교사 윤서영.
그녀는 태연히 검을 주워 고쳐 쥐며
조용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흐름을 보려고 일부러 그랬어요.”
“네 흐름을 깨기 위해?”
지훈의 놀란 표정에
서영이 미소를 지었다.
“아뇨.
검만 보는 사람들과
사람을 보는 사람을 나누기 위해서요.”
지훈의 가슴 안쪽에서
부드러운 파장이 번졌다.
늦은 밤.
지훈은 홀로 수련장에 남아 목검을 들었다.
“오늘… 제대로 잡은 게 맞는 걸까…”
그 순간 뒤에서 다가온 서영의 목소리.
“검을 잡는 건 마음을 잡는 거예요.
마음이 흔들리면 검도 흔들려요.”
둘은 달빛 아래
초승달베기를 함께 이어갔다.
검의 그림자가 원을 그려
보름달처럼 완성되었다.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엔 같은 질문이 생겼다.
“태권검도… 우리는 무엇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 시각,
마루의 휴대폰에 도착한 공문 한 장.
『태권검도 명칭 관련 상표권 유사성 검토
2차 의견 제출 요청』
검을 드는 방식보다,
검이 걸어갈 길이 더 큰 싸움이 될 수 있었다.
마루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검술인가,
아니면 미래인가?"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화 — 사람과 검의 진짜 선택이 시작된다.
제21화. 검은 함께 들 수도, 나누어질 수도 있다
— 선택은 검보다 날카롭다.
무엇을 향해 들 것인가가, 그 사람의 철학이다.